[칼럼] 이게 시위냐, 아니면 화재냐?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면상으로만 봐서는
이게 무슨 사건인지 절대로 모른다.

인터넷과 아침 신문에
'경찰이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하론 소화기를 뿌렸다'는
내용만 보고는 누구도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대포의 강한 수압에 귀의 고막이 터지거나
눈의 망막에 손상을 입거나 넘어져 찰과상, 타박상,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상(傷)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아마도 경찰의 수뇌부, 그리고 경찰의 배후인
우리나라의 현 대통령과 그 참모들로 구성된 정부는
아마도 청와대 주변에 불이 난 것으로 착각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저, "이봐요, 대통령! 얘기 좀 합시다" 하는 말에
대답만이라도 해 주시길 바란 것 뿐인데
그런 대답을 지나치게 길게 줘야만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있으셨는지
아니면 그냥 대답하기가 귀찮으셨는지조차도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아마 너무 강한 열기이든 아주 약한 열기이든
모두 다 싫어하는 현 대통령의 취향인 것 같다.

그는 청계천을 만듦으로써 서울 도심·청계천 주변 온도를
2 ~10도C까지 내렸다.

그의 생각에는 당시이건 지금이건 서울은 너무 더웠나 보았다.
그가 덥다는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그는 청계천에 물을 흘려 서울의 열기를 식혔다.

내 생각에는 아마 여기서 재미 좀 보신 것 같다.

자신의 위대한 업적에 대항하는 시위대의 몸은
그가 보기에는 매우 뜨겁게 달아올라
자칫 잘못하면 타 버릴 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촛불이라는 그 불이 너무 뜨거워
도저히 시민들이 견딜 수 없겠다거나
섣불리 그런 시위를 하다가
밤에 취침 중 실례를 하는 우를 범치 않도록
배려를 하신 게 아닌가 한다.

그 어느 것이건 그는 엄청난 수압의 물과
질식의 위험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의 면전에 대고 쏘면 안 되는 소화기를
국민의 얼굴과 몸과 사지를 향해 정조준하고 발사했다.

그의 눈에는 국민이 너무 뜨겁게 보였던 모양이고
그의 귀에는 국민의 목소리가 너무 흥분한 것처럼 들렸던 모양이고
그의 코에는 국민의 냄새에 단내가 섞인 듯했던 모양이고
그의 입에는 국민의 맛이 너무 매웠던 모양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그와 너무 멀리 있어
그의 촉각으로는 도저히 국민들을 느낄 수 없었던 모양이고
더 그의 앞으로 불러 앉히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모든 감각과 그에 근거한 모든 판단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 모든 판단에 근거해 처방한 해결책은 얼토당토 않았다.

그는 소화기와 물대포를 쏨으로써
그는 국민들을 더 뜨겁게,
더 흥분하게,
입에서 단내가 더욱 심하게 나게,
그 자체가 더욱 매운 맛이 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본의 아니게
국민들이 자신에게 더 가까이 나아오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물과 소화기를 뿌리면
촛불과 사람들의 마음 속에 타고 있는 모든 불이 꺼질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그의 판단은 틀렸다.

추신 -
촛불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입으로 불어 끄거나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심지 밑동을 잡고 끄면 쉽게 끌 수 있다.

조강희 기자 newshound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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