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릭터로 본 영화 ‘작전’

재미있지만, 열심은 보이지만…주인공들은 ‘작전주(?)’
입체적 캐릭터 부재 속…드라마틱 조연 박희순이 ‘가치주’



‘작전’은 일단 재미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열심히 만들었을망정 잘 만들어진 영화라 볼 수 없다.

부분 부분의 세밀 묘사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그 모든 세밀 묘사가 과연 잘 조립됐는지는 관객 각자의 생각에 맡길 수밖에는 없다.

이 영화는 일단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주식이라는 이 영화의 소재는 매우 어렵다. 단지 영화의 전개상황을 이해하기가 쉽다. 영화는 영화의 시작부분을 본 관객들이 그 영화를 예상한 대로 전개된다. 쉬울 수밖에.

일단 주인공의 내레이션 말투는 이 영화의 전개가 전혀 비극적이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힘차게 시작돼서 단 한 번도 힘을 잃지 않는 강현수(박용하)의 당당한 말투는 영화 내내 별 다른 갈등과 위기 없이 영화가 순탄하게 흐르게 될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인물들의 캐릭터는 또 얼마나 전형적이고 평면적인가. 주인공인 강현수는 시종일관 ‘떨거지’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주식에 손을 댄 계기가 너무 빠르게 설명된 것은 이러한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단지 ‘차장’이 됐을 뿐이다. ‘차장’이 된 뒤에도 자신의 처지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 중반까지 황종구(박희순)이 강현수의 캐릭터를 ‘떨거지’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변호하고 있지만, 그는 결국 그것으로 판명된다. 그저 신고정신이 투철한 소시민일 뿐인 것이다.

굳이 그의 위치 변화가 있다면 그를 선택하고 이용하는 주체에 따라 작은 변화가 있다는 것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이용과 선택의 대상이다. 객체, 결국 떨거지. 물론 결말에는 마치 부자임을 숨기고 사는 사람처럼 나오지만 그 역시 좀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진정한 의미의 졸부’일 뿐이랄까.

물론 대작 시리즈 물을 만들지 않을 바에야 인물묘사를 세세하게 할 필요도 시간도 없을 수는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라도 확실한 인물묘사나 시간적인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상이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반면 영화에서 튀어나오는 주식 용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정작 그 용어를 대사 속에서 설명하는데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인터넷을 두드리고 있겠지 싶다. 용어에 대해 자막을 주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는 없다.

딱 한 군데, 주식 용어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는 부분이 이 영화에 있다. 더 이상 설명하면 줄거리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돼 어떤 장면인지만 ‘불친절하게’ 이야기해야겠다.

한 룸살롱에서 조민형(김무열)이 브라이언 최(김준성), 박창주(조덕현), 강현수(박용하)와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 장면은 용어 뿐만 아니라 개미와 작전세력의 처지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조민형은 통정거래를 폭탄주를 통해 설명해 준다. 통정거래는 주식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전 약속 하에 서로 거래하면서 다른 거래 참여자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작전 방법’이다. 오케이, 여기까지.



이 부분은 조연 김무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표정 연기는 여전히 성격상 평면적이긴 하지만 일품이었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그는 참 아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영화에서 꼭 습득해야 하는 주제중의 하나를 장면을 통해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저 천편일률적인 야비함과 비겁함이라는 캐릭터 이외에 드러나는 부분이 없었다. 영화 내내 그는 들떠있으면서도 조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느껴지는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기왕 하던 캐릭터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유서연(김민정) 역시 평면적인 캐릭터다. 사실 여배우라는 점을 빼면 별로 돋보이지 않는 이 인물의 이미지는 김민정을 굳이 선택해야 했던 이유를 감축시켜 버렸다. 그 정도의 비중과 역할이라면 아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왜 꼭 그여야만 했는지를 감독은 ‘개봉판’으로 말해 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전’의 ‘가치주’가 될 인물은 누구였을까? 그것은 단연 황종구(박희순)이다. 그는 비슷비슷한 양념캐릭터 주연급배우들이 중심인물인 양 난무하는 이 영화에서 이들을 제치고 단연 ‘튄다’. 말투부터도 나긋나긋하지 않고 특유의 억양으로 말한다. 영화속 모든 인물을 통틀어 가장 극적인 삶을 산다. 바닥에서 시작해 상투를 잡고 다시 지하세계로 빠져드는 인물이랄까? 영화 전체의 완만한 전개 속에서 그가 튀어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를 설명하는 부분부분이 약간 만화적이긴 해도 그는 이 영화에서만큼은 만화적인 인물이 아니다. 입체적 캐릭터임이 분명히 드러나는 인물도 그 하나인데다, 관객이 이해하는 영화 전체의 주제도 그가 대변한다.

물론 소소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인물들은 도처에 널렸다. 마산창투 사장은 자신의 ‘책’ 이야기를 통해, 조폭 3년차 막내는 자신의 ‘삶’을 통해 소주제를 전한다.

영화는 그러나 명쾌하지 않고 애매하다. 끝나고 나서 뭔가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은 석연치 않아 이를 풀려는 의도가 강하다. 애매함은 영화 홍보사의 영화등급과 관련된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른바, ‘작전’의 ‘작전’) 논란에서 예상 외로 ‘극적’이 되지만 과연 그 ‘극적’인 부분이 얼마나 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줄지는 매우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다 ‘보험’용 배우들 때문이다. 불황타개를 지향하던 이 영화는 남자주인공(이라기보다는 해설자에 가깝지만)으로는 한류의 또다른 중심인 박용하를, 여자주인공으로는 김민정을, 조연급에도 뮤지컬계의 블루칩인 김무열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사용하고 이 모두에게 비슷한 비중을 주다 보니 결국은 영화 전체로 보면 무게 중심이 없는 매우 애매한 영화가 돼 버렸다.


그저 감초조연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장면마다 득세하는 ‘군웅할거’의 영화가 됐다. 이 와중에 박희순이 돋보이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그 어느 보험용배우들보다 더욱 ‘비보험용’으로 보이는 그가 그 어떤 주인공들보다도 더 분명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박희순이 오히려 더욱 더 주인공 같아 보인다. 감독의 또다른 복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미 12일 개봉. 119분. 18세이상 -재심 후 15세이상 관람가. 이호재 감독 데뷔작.

조강희 기자 newshound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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