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적십자혈액원 직원을 모두 소환하라

사실, 한 마디 한 마디 말하기가 힘이 든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꼬인 것인지
알 수 조차 없는 일들이
라디오를 통해 매시간마다
무한 반복 재생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귀가 피곤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일부러 볼륨을 높여야만 한다.

듣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작게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올 텐데
안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볼륨이라도 크게 틀어 두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는다.

중요한 내용이므로 꼭 들어야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맞아도, 문제없어도 수긍할 수는 없는 논리

“99.9% 안전하다”, “미국인들도 다 먹는다” 따위의 이야기들은
그저 그냥 유머로 받을 수도 있다.


그들의 논리에는 전혀 문제도 없다.

미국인에게 광우병이 있다고,
외국에서 광우병에 걸렸다고
우리나라에서
꼭 광우병에 걸리라는 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그 병에 걸릴 가능성이
좀 높아질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눈에는 무시해도 별로 문제없는 수준인
0.1%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일반적인 생활인이
생활 중에 보이는 생활형태를
전혀 고려도 않는 그들의 논리는
아무리 맞아도 수긍할 수가 없다.

생활인들의 생활형태,
이를 편의상 ‘인지상정’이라고 하자.

내가 말하는 인지상정이란 이런 것이다.

감기가 걸렸을 때 물도 다른 컵으로 먹고,
심한 경우 수건도 따로 쓰려고 하는 것.

그리고 헌혈을 하려고 헌혈의 집에 들렀을 때
헌혈시 주의사항을 꼼꼼이 읽어보는 것.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했다.

하나는 “감기도 한 번 안 걸려 보셨나요?”였고
다른 하나가 “헌혈도 한 번 안 해 보셨나요?”이다.

사람이라는 존재, 아니 생물이라면,
하다 못해 컴퓨터조차도
모든 위험성에 대비하고
그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위험성이란 죽는 것을 포함해
나와 나의 주변인들의 안전과 안정·행복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없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인지상정

감기만 걸려도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한다.

광우병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감기 따위가 걸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일부러 주위 온도와 자신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밤에 아무리 더워도 이불을 곁에 두고 잠든다.

심지어 주사바늘이 몸에 들어가는
잠깐의 아픔을 견뎌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광우병에 걸렸을 확률
0.1%의 소를
수입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이런 의문을 던질 수 밖에는 없다.

정말 그들은 너무나 고귀해서
감기조차 걸려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감기가 걸릴 모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모든 일을 해 본 사람들일까?

중국 쓰레기만두파동, 몇 번씩이나 반복된 라면파동,
쥐머리 새우깡을 기억하는가?

그 외에 각종 식료품 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들의 기억엔 그것 모두 다 값싸고
질 좋은 먹거리로 남아 있는가?

우리들이 그 모든 상황을 보고 내린 결론은 대략 이랬다.

“아무렇게나 만든 모든 음식을 신뢰하지 말자.”


체력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

여기까지 말해도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것이 정녕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해력이 심히 떨어지는 이들,
아니 인지상정이 없는 이들을 위해
순서도 없고 별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몇 마디만 더 해 보고 글을 맺어야겠다.

자신과 같은 종자를 먹고 자란 동물,
그것은 아무렇게나 만든 모든 것 중의 하나다.

사람으로 치면 광우병 소는
인육, 다시 말해 사람고기를 먹고 자란 사람이다.

그것은 검사를 해 보기 전에
이미 정상이 아니다.

아마도 쇠고기를 먹고 자란
미국산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들어가야 할
단체급식소 중에는
군대, 중고교, 대학교만이 아니라
병원도 있을 것이다.

헌혈된 혈액과 미국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둘 다 약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쇠고기를 먹고 자란 미국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헌혈된 혈액의 공통점은
체력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제공된다는 점이 될 것이다.


적십자혈액원 직원들의 선전선동(?)

헌혈의 집에 가면 몇 가지 문진사항과 신상정보,
자신이 알고 있는 건강상 정보와 혈액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카드를 하나 나눠준다.

거기에는
“헌혈시 주의사항은 눈 크게 뜨고 좀 읽어 보셨나요?”
라는 의미로
그보다는 약간 더 예의 바르게 적혀 있다.


헌혈시 주의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병명이 적혀 있다.

말라리아,B-C형 간염,HIV,크로이츠펠트야콥병,기타 등등.

이런 병에 걸린 사람은
꼭 좀 헌혈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닐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병에 걸린 사람의 혈액은
99.9%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닐 것은
어찌봐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러한 질병들이
발생했던 장소가
읍면동이나 리번지 단위가 아니라
시군구 단위로 적혀져 있다.

심지어 나라단위로 적혀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데 다녀온 사람들은
헌혈에 부적격한 자들이라는 뜻이다.

나라단위로 발병 장소가 적힌 것 중 중요한 것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그리고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이다.

맨 뒤에 적힌 질병이 바로 인간광우병이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
여행 목적으로 잠시 다녀왔을 뿐인데도
헌혈이 금지된다는 말이다.

더불어 침술이나 부항을 시행한 이들,
발모제와 감기약을 비롯한
각종 내복약과 연고제, 액상침투약을 사용한 환자들은
투약 2~4주 이내 헌혈이 금지된다.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을지 모를
침술도구와 부항도구를 사용한 이들의 혈액을,
또 인간광우병 발생지역에 여행만 다녀왔을 뿐인 이들의 혈액을,
면역력이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의 환자들로부터 차단하는 이유가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식용 소들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면
청계광장에서 시위를 하는 이들보다
더 먼저 줄소환을 검토해야 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문서를 통해 국민들에게 각종의 병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했다.

심지어 환자들이 값싸고 질좋은 혈액을 공급받을 기회를 앗아갔다.

그들은 바로 적십자혈액원 직원들이다.


조강희 기자 newshound7@gmail.com

웹2.0시대, 대안 매체의 중심 - 뉴스하운드
저작권자 : 더뉴스하운드신디케이트

http://www.newshound.co.cc/
http://newshound7.blogspot.com/

댓글 쓰기

0 댓글